2020. 3. 4. 11:49ㆍbooks
'개인주의'라는 말은 자주 '이기주의'라는 말과 같은 뜻으로 이해된다. 이 책의 저자는 그렇지 않다고 얘기하고 있다. 사전은 무어라고 얘기할까?
이기주의 (利己主義)
(철학) 자기 자신의 이익만을 꾀하고, 사회 일반의 이익은 염두에 두지 않으려는 태도.
개인주의 (個人主義)
(철학) 사회나 국가 따위의 집단보다 개인이 존재에 있어서도 먼저이고, 가치에 있어서도 상위라고 생각하는 사상.
출처 : 표준국어대사전
저자는 이 차이를 확실히 하며 우리 모두가 개인주의자가 되어야 한다고 얘기한다. 나 또한 '이기주의'와 '개인주의' 간의 차이를 명확히 인식하며 살아왔다고는 말하기 어려웠던 터라 다소 도발적으로 다가왔던 그의 메시지였지만, 그가 어린시절부터 겪어왔던 다양한 사회문제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그의 주장을 설득력 있다고 느꼈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으로서 우리는 자주 집단에 속하며 개인이 매몰되는 경험을 하곤 한다. 구성원 하나하나로 이루어져 있는 집단은 어느 새 개인들의 단순한 총합 그 이상의 의미가 된다. 이러한 집단은 그 집단만의 목표를 추구하고, 행동하며, 이를 둘러싼 지역 사회와 기타 분야에 영향을 끼친다. 그 과정 속에서 때로는 의도했든 의도치 않았든, 타인에 대한 파괴력을 얻게 된다. 개인 대 개인으로는 상대방에 대해 함부로 하지 못해도, 그것이 집단 대 개인이 되면 얼마든지 쉬워진다. 개인에게 잣대를 들이밀고, 개인을 평가하고, 꾸짖는다. 웃긴 것은, 집단의 이름으로 개인을 나무라는 이들도 언제나 그 도마 위에 올라갈 수 있는 그저 한 명의 '개인'이라는 것이다.
특히나 요즘 같이 인터넷이 중요한 소통의 장이 된 시대에서는 더욱 그렇다. 익명의 가면 뒤에 숨어 여론의 이름으로, 집단의 이름으로 개인의 입을 틀어막는다. 목소리 큰 개인은 유별나다고 판명받기 일쑤이다. 덕분에 우리나라 사람들이 잘 하는 말이 있다.
"~인 것 같아요."
"주말엔 영화를 자주 보게 되는 것 같아요."
"이게 더 좋은 것 같아요."
자신의 주장이나 자신에 대한 이야기 하나 하는 것조차 우리는 남 눈치를 본다. "~인 것 같다."는 말맺음 뒤에는 언제든지 그 발언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고자 하는 의도가 숨어있다. 의도적이지 않을 수도 있다. 그저 습관이 됐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더 심각하다. 그만큼 우리 사회가 집단의 눈치를 보는 개인들이 이제는 그 현실에 무감각해졌다는 뜻이니.
"나는 감히 우리 스스로를 더 불행하게 만드는 굴레가 전근대적인 집단주의 문화이고, 우리에게 부족한 것은 근대적 의미의 합리적 개인주의자라고 생각한다" 책에 나오는 구절이다. 더 할 말이 없다. 이보다 이 책의 주제를 잘 나타낸 말은 없다."
손석희 추천사
전근대적인 집단주의란 무엇일까? 개인보다는 집단이 중요했던 시대, 집단을 위해서라면 개인의 희생쯤이야 아무렇지 않던 시대. 집단 속에서 개인의 의미를 잃게 되는 집단주의 속에서부터 우리는 탈피해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집단에서 우리의 의미와 존재 가치를 찾을 것이 아니라, 합리적 개인주의 즉, 개인의 존재 가치에 중점을 두며 현재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집단의 폭력성을 인식하고 이에 맞서는, 건강한 인식이 필요한 것이다. 개인, 나 자신에게 집중하고 가치를 둔다는 것은 상대방에 대한 폭력에 정당성을 부여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이것은 상대방 또한 나와 동일한 자기결정권과 행복추구권을 가진 개인으로 인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상대방을 그 사람 자체에 대한 존중으로 대하기보다 서로 맺고 있는 관계 (친구, 동료, 선생님 혹은 학생)에서 비롯되는 일종의 권력구조 혹은 역할에 매몰되어 무리한 요구나 일종의 폭력을 행사하는 일이 얼마나 비일비재한가. 집단에서 비롯된 역할 놀이는 잠시 제쳐두고, 우리 모두가 합리적 개인주의자가 되어 나를 마주하는 상대에 대한 존중이 우선된다면 이 사회는 훨씬 아름다워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나를 포함한 우리 모든 '개인' 또한, 다른 누군가에 의해 정해진 '나'의 행복이 아닌 진정한 '나'의 내면적 가치의 발현, 행복 추구가 가능해질 것이다. 개인주의자라는 말에 불편함을 느낀 적이 있다면 (내가 그랬던 것처럼), 이 책을 통해 그 오해를 풀고 진정으로 상대방을 존중할 줄 아는 개인주의자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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